지난 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통제불가능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결국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http://naver.me/GRvUvqzv). 중증 환자가 병상이 부족해서 제 때 입원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경증 환자들을 자가격리하고 병상 확보만 했어도 이런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텐데, 아직도 이 나라는 확진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고 있다. 대학의 기숙사들을 활용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 어차피 확진 받아도 자가격리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출처: 네이버
위의 도표는 네이버에서 ‘코로나19’로 검색한 후 ‘누적 확진, 격리해제’ 항목을 선택했을 때 나오는 그래프다. 1차 확산과 2차 확산의 시기가 있었다. 1, 2차 확산 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자가 위에 ‘1’과 ‘2’로 표시한 구간이다. 확진자와 격리해제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1번 구간에서는 확진자와 격리해제의 차이가 대략 1,000명가량 된다. 2번 구간에서는 2,000명가량 된다.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1과 2 구간 모두 표면적으로는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치료 중에 있는 사람의 숫자다. 1번 구간에서도 국민들은 모두 방역을 열심히 했고, 비교적 잘 통제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2번 구간도 국민들이 모두 방역수칙을 열심히 지켰다. 그래서 그 이상 확산되지 않는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1번 구간에서는 치료중인 사람이 약 1,000명이었는데, 2번 구간에서는 약 2,000명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감염됐는지도 확실치 않고, 애매하고, 감기인거 같은데, 뭔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하면 피해볼 것 같고, 그런데 딱히 중증은 아니고 그러니까 그냥 버티자고 하다가 나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통계치에 잡히지 않은 감염자들이 있고, 그들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어 전파되는 형태 말이다.
지금은 3차 확산세를 지나고 있다. 3차 확산세가 지나도 분명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고 전파되는 사람들이 생겨날 거다. 그 폭이 얼마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1차 확산기와 안정기, 2차 확산기와 안정기, 그렇다면 3차 확산기 이후에도 안정기가 올 거다. 그런데 그 수준은 분명 1, 2번 구간 이상일 것이다. 그리고 4차, 5차 확산이 진행된다면 그 이상으로 치료중인 사람의 숫자는 늘어날 것이고, 결국 의료시스템을 모두 활용해도 수용치를 넘어갈 것이다. 사실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는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경증 환자는 자가격리하면서 상태를 의료진에게 보고하고, 중증 환자만 입원하는 형태가 돼야 할 것이다.
코로나 확산 예상 추이
필자는 전체적으로는 위의 그래프와 같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고, 현재는 빨간 동그라미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3차 확산세는 언제 어느정도로 잡힐지 지금 예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슬픈 일이지만 안정적인 백신이 나와서 효과를 보기 전까지는 계속 확산될 것이다. 필자는 정말 아주 짧아야 앞으로 1~2년, 길면 5년 이상도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 얼마전에 모 구청에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코로나에 걸리면 벌금을 내게 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같은 구청에서 특정 건물에서 확진자 한 번만 더 나오면 위탁을 하지 않겠다는 둥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질병을 이유로 하는 차별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만으로도 힘들고 괴로울텐데, 직장에서 해고되고, 사업을 접어야 한다면 이건 분명 옳지 않다.
코로나19에 대한 차별적 시선 때문에 분명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일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는 일은 최소한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이유로도 차별금지법은 제정돼야 한다.
어쨌거나 지금은 3차 확산기를 지나고 있다. 아직은 전체 국민 대비 0.0937%의 감염률이다. 그래서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인데, 지금부터 진을 빼면 장기화 됐을 때 그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정부에서는 하루 속히 통제 불가능에 무게를 두고 옳은 의사결정을 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하루 속히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서 더 이상 아픈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심리학자들이 다들 대단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요즘 느끼는 건, 에릭 에릭슨의 이론이 참 대단하다는 거다.
요즘 아이가 프로이트의 심리발달 단계로 치면 항문기에 있다. 배변 연습을 하고 있다. 기저귀를 하고서도 ‘응가할거야’를 외치며 변기에 달려가서 응가를 성공적으로 해내던 녀석이다.
그런데 아직 소변을 변기에 누는 게 힘든지 연일 ‘쉬하고 있어’를 외치며 바지에 쉬를 하고 있다. 소위 육아와 관련된 정보들은 2~3시간에 한 번 아이가 쉬하게 해 주라고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러면 그럴수록 안한다고 난리다.
그래서 오늘 방식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2~3시간에 한 번 제안하는 것보다도 그냥 아이가 의사를 표현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아이에게 그동안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하고, 그의 자율성을 존중할 것임을 알려주었다. 자기 직전에 한 번 쉬할 것인지 물어만 보았는데, 스스로 가겠다 하였다. 뭐 앞으로 어찌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바지에 쉬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 같다. 이 편이 나도 마음이 편하다.
사실 에릭 에릭슨의 인간발달에 대한 이론을 몰랐다면, 계속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이럴 땐 참 이론가들이 대단하다 싶다.
2020.12.19 추가 뭐 그래도 여전히 ‘쉬하고 있어’를 외치며 바지에 하고 있다. 난 또 일희일비 했구나 싶다. 그래도 괜찮다. 마음을 바꾸고 마음이 편해졌으니까. 이럴 땐 상담학, 심리학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
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방역 시스템을 돌아가게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대책은 너무 근시안적이고 약자들이 피해를 받는 구조다. 이미 통제력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통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 중에 많은 사람들이 분명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지나게 될 것이다. 그저 그 고통의 시간이 각 개인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아니길, 생계의 목줄을 쥐어짜는 기간이 되지 않길 기도한다.
개발을 하다보면 기술부채가 생기게 마련이다. 물론 부채를 하나도 쌓지 않고 개발을 하는 천재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부채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리팩터링 단계까지 진행을 못할 때가 많다. 핑계를 대자면 뻔히 아는 스케줄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이는 진정 부채가 되고, 나중엔 작은 기능 하나 변경하는데 필요이상의 시간을 쓰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요즘 반전담 육아와 집안일을 하면서 살림부채를 경험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에는 아이의 심리적 부채가 쌓일 새가 없다. 하지만 식기, 빨랫감, 쓰레기 등등 여기저기 쌓여간다. 살림부채다. 청산해야 한다.
기술부채든 살림부채든 모두 동일한 점은 부채이기 때문에 청산해야 하고, 청산할 부채가 많을 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뭐 재무부채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싶다.
부채가 생기는 건 불가피,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청산하기. 오늘도 달려보자. 어쩌다 보니 매일 빚청산하느라 바쁘다. 헥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