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퇴비화를 통해 얻은 3가지 배움

기존에는 일반 빌라에 살다가 올해 봄 아파트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매달 받는 고지서에는 우리 단지의 총 음식물 쓰레기가 약 5~6톤 정도 배출되었다고 나와있었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상당했고 말이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프로젝트

그래서 단순하게 음식물 쓰레기를 썩히면 퇴비가 되니까,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6월부터 서울 은평구에서 진행하는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수세미를 키우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에서 자라나는 파프리카 새싹
음식물 쓰레기 퇴비에서 자라나는 파프리카 새싹

얼마 후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던 상자에 파프리카 새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 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파프리카 씨앗이 싹을 틔운 것이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냥 내비둬봤다.

무성해진 파프리카 나무들
무성해진 파프리카 나무들

‘저게 클까?’싶은 생각을 하면서 이따금 물을 주는 정도로 관리를 하고 두었는데, 최근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래서 꽃망울이 보이는 것들은 냅두고, 아직 엄청 작게 자란 것들을 싹 베어서 파프리카잎으로 파프리카잎 나물을 무쳐 먹었다. 아이도 아내도 맛있게 잘 먹었다.

파프리카 잎 나물
파프리카 잎 나물

농약 하나 들어가지 않은 수확물을 직접 키워서 먹었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조만간 꽃이 지고 파프리카가 열리면 또 따서 먹겠지 싶다.

이렇게 처음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야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이 더 많아졌다.

첫번째 배움: 해충

해충은 인간이 붙인 이름이다. 그것도 농작물의 생산량을 높이는데 방해가 되니까, 해충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농약을 뿌려 죽여 없애는 것이다. 생명을 매우 가볍게 여기는 행동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치고 죽이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게 인간 종족의 특성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지금까지 지구를 파괴하고 망가뜨려왔다.

그동안은 농약을 치는 게 작물의 생산량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모두가 해왔겠지만, 결국은 토양이 죽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토양을 살리기 위해서 또 비료와 퇴비와 온갖 것들을 때려넣고 “비옥”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건강한 땅이 됐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중 상당수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식재료가 어떻게 생산됐는지 정확히 모른다. 싸면 쌀수록 값 싼 농약을 팍팍 쳐서, 생산성을 높이고, 크기를 키우고, 매끈하게 만들고, 그러지 않았을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세뇌되어 왔다. 거칠고 삐뚤빼뚤하고 벌레가 먹은 채소는 나쁜 것이고, 매끈하고 벌레 먹은 곳이 없고 곧게 뻗은 것만이 좋은 채소라고 말이다.

하지만 벌레가 먹으면 죽는 채소라면, 과연 인간이 먹었을 때 괜찮을까? 도리어 벌레가 먹을 수 있는 채소라면 우리가 먹어도 안전한 채소가 아닐까? 어쩌면 소위 해충이라 불리는 것들, 천적이라 불리는 것들,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땅이 더 비옥한 땅이며 더 건강한 땅이라는 데 생각이 모아졌다.

두번째 배움: 발암물질

최근 가족 중 한 분을 암으로 잃었다. 나를 예뻐해 주시고, 사랑을 많이 주셨는데,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허전함과 죄송스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다. 아마도 평생 가져가야 할 것이지 싶다.

날이 갈수록 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있다. 어쩌면 건강하지 않은 식재료를 먹으면서 우리에게 병이 생긴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농부들은 폭발적인 생산성을 목표로 농약을 쳤겠지만, 우리는 그에 따른 파괴된 생태의 결과로 질병을 돌려 받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농약을 제조사들은 “치사량이 아니다. 안전한 수치다. 이정도면 괜찮다.”라고 하지만, 과연 괜찮은 걸까?

세번째 배움: 생물 다양성

결국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뿌리가 썩은 곳에 물길도 만들어지고, 공기구멍도 생긴다. 땅도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진딧물이 있는 곳에 개미도 있고, 무당벌레도 거미도 알아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땅에서 자란 식물이라면, 우리 몸에도 건강하지 않을까?

농부 되기

그래서 너무 늦기 전에 기회를 만들어 농부가 되어보고 싶다.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땅을 만들어보고 싶고, 또 건강한 농작물을 수확해서 공급해 보고 싶다. 가까운 때에 기회를 봐서 주말농장부터 해 보면서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 개발할 때 테스트를 마치고 상용 서버에 올리듯이, 한 번 해보려 한다. 유기농법에 대해서도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할테다.

어쨌든 언제나 늘 그래왔듯, 나의 인생목표는 홍익인간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무슨 일을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살아내면 가장 만족스러우리라.

관련 링크

서울시의 도시농업 페이지에 텃밭보급소 이야기가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확인해 보세요.

https://cityfarmer.seoul.go.kr/brd/view.do?key=1905228807693&nttSn=8621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