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모호성과 조직 생산성

조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는 역할과 책임이다. 영어로는 role & responsibility, 그래서 줄여서 R&R이라고 많이들 부른다. 오늘은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의 관점에서 조직의 성과가 어떻게 좌우될 수 있는지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조직의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 자신은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해야 할 일 이상으로 모든 일들을 했는데, 구성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조급한 모습을 보이며 구성원들을 다그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왜 그러는 것일까?

물론 심리적 역동도 다양한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오늘은 역할모호성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조직의 리더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것과 리더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는 비교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조금은 더 나을 수 있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이 리더와 소통하거나, 리더가 구성원들과 소통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특히 조직 리더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리더는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자신을 잘 소통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전혀 소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리더들은 조직에서 자신이 ‘외롭다’고 한다. 바로 이런 표현은 리더가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 된다.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것에도 여러가지 요인이 있는데, 본 글의 쟁점은 아니므로 차후에 기회가 되면 다루도록 하겠다.

둘째, 조직의 리더인 자신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리더 자신도 잘 모르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문제가 좀 심각하다. 암묵적으로 구성원들간에 리더의 역할에 대한 공유 정신 모형(shared mental model)이 자리잡혀 있다 하더라도, 리더 자신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의 한계를 모른다면 문제가 된다. 이 경우에는 리더가 조직에 대해 학습해야 한다.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 많은 리더들은 자신이 조직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리더들은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구성원들에게 주입하려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갑질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의견만을 강조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문제라는 인식은 없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건의해 보려 하기보다는 조직에 남아서 순응하거나 조직을 떠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한다.

만약 구성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이 1년이 되지 않는다면, 해당 조직은 개선이 필요한 조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에서 필요한 것들을 학습하고 이제 좀 성과를 낼만한 시점이 됐을 때 구성원들이 조직을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면 성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조직에 적응하는 데에는 최소 3~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동안 눈부신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수인 경우가 많다.

셋째, 구성원들이 자신이 어떤 역할과 책임을 맡았는지 불분명한 경우이다. 조직은 경영하는 사람은 구성원들의 직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업무분장을 해야 한다. 바로 이 업무분장이라는 것이 소위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지점이다.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구성원은 직무 스트레스로 고통받게 되며 조직에서 원하는 성과를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한 리더의 책임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리더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돌아보기보다 구성원의 책임을 묻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현명한 리더는 직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의 한계를 명료화하고, 구성원이 성취해야 할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따라서 조직과 구성원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 과정을 독재자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재를 회피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업무를 조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제 조직에 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글을 맺으려 한다.

조직의 성과에 대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역할 모호성이 클수록 성과가 낮았다(Tubre & Collins, 2000). 특히 전문직, 기술직, 그리고 관리직에서 역할모호성이 클수록 직무 성과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조직 구성원은 자신의 업무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을 때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조직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료화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리더는 단순히 지시하고 명령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다. 따라서 문제를 빨리 드러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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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Tubre, T. C., & Collins, J. M. (2000). Jackson and Schuler (1985) revisited: A meta-analysis of the relationships between role ambiguity, role conflict, and job performance. Journal of management26(1), 155-169.

경영자의 조직구성원과 주주에 대한 태도와 기업의 성장

기업의 경영자는 조직구성원과 주주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다른 면이 있습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함께 살펴보고, 기업에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기업의 성장

어떤 기업을 경영하든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간에 경영인이라면 모두 기업의 성장을 원합니다. 물론 기업의 성장에 트렌드나 기술력이나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런 요소들은 제외하고 기업 경영인 입장에서 조직구성원과 주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과 조직 구성원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주주는 기업에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입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해당 기업에 인생을 투자하는 사람들입니다. 경영인이라면 이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한 통찰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주주의 투자

우선 주주는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돈을 투자한 후에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며, 주주총회 등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주체입니다. 투자란 늘 그렇듯 항상 성공하는 게 아니죠. 투자자들은 항상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기업에 투자를 하기 마련입니다.

기업 경영인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 전에 좋은 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이 좋은 기업일까요? 좋은 기업 문화일까요? 좋은 분위기일까요? 그런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좋은 기업은 현재 성장하고 있어야 하며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재무제표가 안정적이고 영업이익을 잘 내고 있다면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직 구성원의 투자

한편 조직 구성원은 해당 기업에 인생을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투자자들은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은 자신의 인생의 일부를 회사와 함께 하는 사람들입니다. 조직 구성원들도 또 하나의 투자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조직구성원이 자신의 인생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놓치면 기업은 반드시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조직 구성원은 회사의 성장도 도모하지만, 개인의 역량을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키웠을 때 그만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기업으로 연봉을 올려서 이직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직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울 가능성을 보고 이직을 하게 되죠. 지금보다 더 조건이 좋지 않은 기업으로 가고 싶은 근로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근로자는 자신의 업무 역량을 인정해 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합니다. A회사에서 근무하는 구성원이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자신이 성장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느끼면 그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B회사로 떠나기 시작합니다. 향상된 역량은 분명 향후에 자신의 연봉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죠.

경영자의 고민

바로 이 지점에서 경영자와 조직 구성원의 심리적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어느 재무제표를 봐도 대체로 가장 많은 지출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인건비입니다. 즉, 경영자는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지출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압박을 느끼지 않는 대표라면 심리적 주인의식이 전혀 없고 기업의 성장에 큰 관심이 없는 대표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매우 기업이 잘 성장하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입사자와 퇴사자 수의 증가

경영인은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대상은 주주보다도 조직구성원입니다. 만약 최근 1년간 경영하는 회사의 입사자와 퇴사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면, 기업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구성원이 들어와서 조직에 적응하고 일정 수준의 역량을 발휘할 때까지 경영자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하며, 구성원이 그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으면 구성원은 수년내에 기업을 떠나게 됩니다.

“구성원이 기업을 떠나면 사람을 새로 뽑으면 되는데 무슨 소리야?” 또는 “뭐 한 명 나갔으면 더 잘하는 사람 뽑으면 되는데 무슨 뻘소리야!”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그냥 그렇게 경영하시면 됩니다. 분명 기업은 성장이 멈추고 성장하기는 커녕 파산하는 데 가까워질 것입니다.

성과 지표로서의 이직의도

경영자 입장이 아니라 조직의 팀장과 같은 중간 관리자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간신히 우리 조직에 적응한 사람이 나갔다면,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그 자리를 채우거나,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 일을 맡아서 처리해야 합니다. 없어지는 사업이 아닌 한 새로운 직원이 숙달할 때까지는 성장할 것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기다리지 못하고 대개 기한을 맞춰서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은 갈려 들어가면서 간신히 기한을 지켜냅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구성원은 대체로 탈진(burnout)에 이르게 되며, 그 결과 이직을 결심하게 되죠.

혹시 알고 계실까요? 산업 및 조직 심리학 연구에서 기업의 성과 지표로 보는 것 중 하나가 이직의도입니다. 왜 성과지표로 이해할까요? 한 명의 이직이 가져오는 결과가 결코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장에 대한 열망과 성공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영인은 주주에게는 신뢰를 주어야 하며, 구성원들에게는 안정감과 구성원 개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합니다. 주주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며, 구성원들이 조직에 남아있게 하려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기업 성장에 필요한 부속품이 아니라 당신의 성장과 함께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구성원들의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 중 하나로는 구성원들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성장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무료로 원두 커피를 풀고, 간식 무제한으로 주는 것은 사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무료 커피를 좋아하고, 무료 간식을 좋아하는 구성원으로 기업을 채우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성장 잠재력이 있는 구성원들로 채워져서 기업이 진정으로 성장하기를 꿈꾸시나요? 기업 경영인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혹은 조직 구성원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냐에 따라 기업의 성장은 향방이 갈릴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은 분이 경영인이라면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시길 바라며, 구성원이라면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인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회사에 성장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요청했는데도 기업에 가능성이 없다면 떠나야겠죠. 그리고 투자자라면 단순한 재무제표 이면의 조직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숫자로는 성장하는 것같지만 조직 구성원이 행복하지 않은 기업은 당장은 크는 것같지만 결국에는 리스크로 작용해 투자에 손해를 보게 될테니까요.

이 글을 읽으신 경영자, 조직구성원, 투자자 여러분 모두 성공하는 투자를 하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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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부 상사에 대한 오해

사람들이 상사와 부하의 조합에 대해, 혹은 어떤 상사가 좋은 상사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똑똑함/멍청함, 게으름/부지런함의 네 가지 형용사를 조합하여 4가지로 표현하곤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에 대한 전략과 전술에는 똑똑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부하 직원에 대한 감시나 일에 대한 간섭 등 부하직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동의 측면에서 게으른 상사를 원하고 있었다.

똑부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부지런하고 일을 벌리기 쉬워서 부하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너무 부지런해서 일을 벌리는 스타일은 사실 똑부가 아니고 멍부로 보는 게 더 적합할 것이다. 똑똑하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명확한 경계를 세우고 일을 계획하므로 과도하게 일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똑부가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적확한 지적은 개인의 역량을 보완하는데에는 최소한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똑부든 똑게든 간에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점은 “자율성”이 침해되는 지점에 대한 지적이었다. 우리 말에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줘도 자율성이 침해당한다면 조직몰입도와 직무몰입의 수준이 낮아진 결과 이직율 증가나 조직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부하 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쉬울 수도 있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일에 치여서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심사숙고한다면, 지금 재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일을 빨리하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명한 선택은 항상 쉽지 않다. 자신이 감내해야 할 분량이 분명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으로 남아있다.